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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민일보선정 아름다운 교회길] (7) 영동 단해교회 작성일 2010-12-13
이름 관리자 조회 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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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쉬고 바람도 자고 가는 고갯길… 영성이 내려 앉다

9년 만이었다. 추풍령 단해교회를 찾은 것이. 27년 동안 세 번째였다. 추풍령을 밟은 것이.

충북 영동군 추풍령은 소백산맥 허리를 넘는 고개 이름이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자고 가는 추풍령고개’라고 했다.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 최고의 지점,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추풍역(秋風驛)이라고 명했다. 경상도 사림은 추풍령과 문경새재를 넘나들며 정치이념을 실현했고, 때론 붕당을 형성해 지방권력이 됐다. 그리고 근대화시대, 이 고개를 넘어 출향하지 않는 자는 출세할 수 없었다.

지난 주일 추풍령면 지봉리 단해교회 예배당. 캐나다산 목재향이 은은한 가운데 강림절 제2주 예배가 올려졌다. 5개의 촛대 중 2개가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찬양 ‘복의 근원 강림하사’로 예배가 열렸고 30여명의 교인은 ‘모든 만남과 나눔 속에서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하소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주님의 길을 따를 수 있게 하소서’라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하태혁 목사는 ‘막판 뒤집기’라는 말씀을 통해 새장에 갇힌 새가 야생의 새를 염려하는 비유로 신앙인의 삶을 얘기했다. 새장의 새는 적으로부터 안전하다. 먹이 걱정도 없다. 그러나 제 삶이 아니다. 예수 떠난 삶이 그러하다. 하 목사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한 거듭남을 강조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묻는 과거란 없습니다.”

말씀에 이은 묵상기도는 단해교회 예배당 건축구조가 갖는 특색 때문에 깊이가 더하다. 목재만으로 지은 복층 구조, 그리고 예배석 정면 제단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빛. 투과와 굴절이 가져다주는 신비는 기도하는 이들의 영성을 살찌운다.

단해교회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왜 이런 두메산골에 이렇게 멋진 교회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는다. 별장풍 건축물에 반듯한 너른 정원을 가진 곳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한적한 군도(郡道) 가에 위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찾는 이도 드물다. 차를 몰고 가던 이들이 오지에 웬 멋진 카페인가 싶어 들어섰다가 되돌아가는 곳이다.

이 교회 설립자는 단해그룹 엄주섭(76) 회장이다. 1970년대 초 공압기계 생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그룹으로 기계 기술포털 무역 농산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인천 부산 서울 울산 광주 등 15곳, 중국 상하이 등에 5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이 교회 정원엔 ‘장묘생 장로(1906∼1990)기념교회’라는 자그마한 기념석이 있다. 그리고 주련에 ‘한평생 믿음 생활을 하시며 신앙의 씨앗이 되어주신 어머니 장 장로를 기리는 추념 예배당’이라고 새겼다.

엄 회장의 모친 장 장로는 경북 울진 태생으로 맏동서로부터 전도 받아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단해교회 명예장로인 엄 회장은 “교회가 드물던 시절이라 십리(4㎞)를 밤낮 가리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 섬겼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무엇보다 전도에 열심이셨습니다. 마을에 교인이 늘어나자 집에서 예배를 보았어요. 울진 죽변감리교회는 어머니가 개척하셨지요. 서울 화곡감리교회와 강서감리교회도 개척, 봉헌하셨습니다. 제 어머니는 초대교회 성도처럼 뼛속 깊숙한 크리스천이셨습니다.”

그런 신앙 환경에서 자란 그 역시 절도와 절제가 몸에 배었다. 해병대 출신으로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참사에 해병신우회를 파견해 지원한 사례는 절도와 절제가 덕목인 청지기로서의 한평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구초심. 그는 기업가로 성공하면서 늘 고향을 생각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지인과 함께 우연히 추풍령을 찾았다가 쇠락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보았다.

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독실업인으로 추풍령 산골에 공장을 세우고 교회터를 닦았다. 폐경지를 사들여 과수를 재배하고,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고, 전기를 끌어오고, 인력난이 예상되는데도 자동화기기 부품 공장을 세웠다. 심지어 주소지도 옮겨 세금을 냈다. 곧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액납세자가 되자 지방 국세청장이 놀랄 정도였다. 사업가적 달란트를 유감없이 발휘해 친환경 기업경영으로 고용을 늘리고 지역개발에 앞장섰던 것이다. 마침내 2000년 그는 최고급 목재를 써서 교회를 헌당했다.

이때 엄 회장은 최대한 자신을 낮췄다. 추풍령면소재에서 단해교회까지 4㎞ 거리 안에 6개의 교회가 있었던 것. 그는 이 교회들에 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썼다. 때문에 전도보다 ‘단해신학강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해외석학 초청강좌’ 등으로 역할을 달리했다. 이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예수의 산상수훈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야외 신학토론 무대 단해동산을 가꿨다. 셈이 되지 않는 경제성이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했다. 이정배(감신대) 김경재(한신대) 김균진(연세대) 등 내로라하는 신학자들이 포럼에 참여해 ‘아카데미하우스’로 만들어 갔다.

엄 회장을 도왔던 박종수(75) 명예권사는 “올해 교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교회 정원에 알루미늄 12개를 묶어 십자가를 세웠다”며 “보통 하늘 높이 십자가를 세우나 낮은 자세로 헌신하겠다는 의지로 땅 위에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단해교회 선교 목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골프장 잔디 위에 아름답게 자리한 교회와 같은 건축미학적 교회를 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해교회도 고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고급함은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고급함이고 최고의 것을 바치는 예물과 같은 고급함이다. 성서의 알찬 포도밭의 노래와 같다.

27년 전 농촌봉사 활동을 위해 머물 교회 물색 차 추풍령에 들렀다. 그리고 9년 전 신학강좌 취재를 위해 단해교회를 방문했다. 추풍령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오영수의 단편소설 ‘추풍령’의 묘사처럼 완행열차가 쉬어가는 조그마한 한역(閑驛)일 뿐이다. 소설 속 문장은 ‘육이오동란 때에 피난 가다 자식새끼 애장한 험준한 고갯길 풍경’이라고 했다.

그러나 깨어있는 전도자가 고개를 넘다가 세운 추풍령제일교회가 100여년이 됐고,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전도자가 10년 전 새로운 형태의 단해교회를 헌당해 말씀을 듣고자 쉬어가는 그런 고갯길을 만들었다.

경주=글 전정희 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단해교회 가는 길

무궁화호 열차가 서울역에서 오전 두 차례, 오후 세 차례 출발한다. 추풍령역까지 3시간 소요. 시외버스는 대구와 대전에서 추풍령터미널까지 각 13회와 12회가 운행된다. 시내버스는 경북 김천과 영동읍에서 각 17회와 4회. 자가용 승용차로는 서울과 부산에서 추풍령IC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지봉리 산24번지 단해교회(043-742-7871).

따라 걸어보세요

단해교회 스테인드글라스 제단 앞에서 묵상 후 한가한 시골길을 걸어 간이역으로 가는 기분.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추풍령역에서 단해교회에 이르는 3㎞ 길은 비포장 신작로였다. 흙먼지 폴폴 나던 이 길은 교회와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포장됐고, 더 깊숙이 뚫렸다. 지금도 교회까지 가는 길은 한가하다. 단해교회를 출발해 시골교회 멋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감리교회, 추풍령면 장자교회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제일교회는 답사지이다. 역 좌우로 200m 남짓한 거리는 우체국, 농협, 다방, 정육점 등 꼭 필요한 것들이 한 가지씩은 다 있다. 24시간 편의점 하나가 색달라 보인다.

추풍령기상대부터는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코스. 옛 기상대까지 5㎞ 남짓하다. 올레길과 달리 인공적이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은 멋이 있다.

근처 맛집 선유정 장작 구이

예로부터 ‘소고기는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남이 먹고 있는 것이라도 빼앗아 먹어라’고 했을 정도로 오리고기는 성인병 예방과 해독력이 탁월해 즐겨 먹었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IC에서 김천 방향 구도로로 3㎞쯤 달리다 보면 멋스런 전통한옥이 눈길을 끈다. 이곳이 서울에서 20년간 운영했던 한정식 식당을 접고 2년 전 오리장작구이 전문식당 선유정(054-433-0150)을 개업한 이종녀씨가 고향 인근에 터를 잡은 곳이다.

주차장에 빼곡히 담처럼 쌓아놓은 참나무 장작. 식당입구에선 활활 타오르는 가마의 불길사이로 기름을 쪽 빼며 노랗게 익어가는 오리고기가 군침을 돋운다.

이 집의 오리는 방목해 키운 4∼5개월짜리 어린 오리만을 사용해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다. 100% 국내산 참나무 장작에다가 장작 가마도 다른 집보다 커 구이가 쫄깃쫄깃하다. 초벌구이 한 상태에서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는데 다시 한 번 참나무 숯에 적당히 구워 먹는다.

여기에다가 신선한 부추무침, 깊은 맛의 묵은지, 상큼한 양파초절임, 아삭아삭한 무쌈 등에 골고루 싸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기를 다 먹은 후 들깨가루에 집된장을 풀어 끓여낸 오리탕에 밥 한 그릇 비우고 나면 포만감으로 행복해진다. 여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상냥함, 한옥이 주는 푸근함은 단골손님이 계속 늘고 있는 이유이다. 굽는 시간이 긴 만큼 예약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작구이 생오리 및 훈제오리(3∼4인분) 3만원대. 장작구이 오겹살(2인분) 2만원.

글·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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